메모 4천 개 앞에서 무릎 꿇은 날
웁스메모는 어떻게 태어났나
고백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메모 중독자입니다.
회의 내용, 고객 전화번호, 새벽 3시에 떠오른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아침에 보면 대부분 세상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마트에서 사야 할 우유까지. 그렇게 몇 년을 적다 보니 휴대폰 메모가 4천 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왔습니다. 메모 하나를 열었는데, 앱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도 같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둘 다 아무 결론도 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을 보면 좀 무섭습니다. 뉴스엔 전쟁이 나오고, 게임엔 좀비가 넘쳐나고, 사람들은 “결국 내 몸과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생존 배낭을 꾸리는 사람도 늘었다고 하죠.
그런데 정작 우리 생활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정보, 메모는 어떨까요?
메모는 이상한 물건입니다. 평소엔 신경도 안 쓰다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습니다. 그 공포를 알기에 메모앱들은 말합니다. “걱정 마세요. 모든 기기에 동기화해 드립니다. 영원히.”
그래서 우리는 동기화를 합니다. 휴대폰에, 태블릿에, 노트북에, 회사 컴퓨터에. 그리고 지운 메모가 다른 기기에서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마술을 경험합니다. 분명히 지웠는데 다시 걸어 나옵니다. 정말이지, 좀비 게임은 따로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몇 년 뒤 정신을 차리면 두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 첫째, 그 많은 동기화는 대부분 필요 없었다는 것.
- 둘째, 그동안 매달 꼬박꼬박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
써 본 사람은 압니다. 저도 압니다. 제 지갑이 특히 잘 압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내 메모인데, 돈까지 내고 맡겼는데, 막상 다른 곳으로 가져가려고 하면 이상하게 어려웠습니다. 보관료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짐을 찾으러 가면 “어떤 짐이요?” 하는 창고 같았달까요.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저처럼 지친 분들을 위해서요. 원칙은 딱 네 가지입니다.
- 메모는 내 휴대폰에만. 서버에 올리지 않습니다. 가장 안전한 메모는 지금 내 손에 쥐고 있는 메모입니다.
- 가입 없이 바로. 계정도, 비밀번호도, “이메일 인증을 완료해 주세요”도 없습니다.
- 언제든 통째로 가져가기. 내 메모는 내 것이니까요.
- 필요한 것만 제대로. 빠르게 적고, 중요한 건 별표, 잊으면 안 되는 건 알림, 약속은 링크 하나로 함께.
백업이요? 게으른 소리는 그만하겠습니다
“그럼 폰 잃어버리면 어떡해요?”
좋은 질문입니다. 답은 생각보다 시시합니다.
가끔 한 번, 설정에서 ‘백업 내보내기’를 누르세요. 메모와 사진이 ZIP 파일 하나로 통째로 나옵니다. 그 파일을 내 이메일에 첨부해 나에게 보내 두든, 컴퓨터나 USB에 넣어 두든, 서랍 속 오래된 휴대폰에 넣어 두든 상관없습니다. 어디에 둘지는 당신이 정합니다. 그게 이 앱의 핵심이니까요.
폰을 잃어버려도, 강에 빠뜨려도, 강아지가 먹어도(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새 폰에서 ‘백업에서 복원’으로 그 파일만 불러오면 메모가 그대로 돌아옵니다. 이미 새 메모를 쓰고 있었다면? 걱정 마세요. 지우지 않고 사이좋게 합쳐 줍니다.
복잡한 동기화도, 매달 나가는 구독료도, “로그인 세션이 만료되었습니다”도 없습니다.
생존 배낭에 손전등 하나 넣어 두는 것과 같습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그 하나면 충분합니다. 단, 손전등도 배낭에 넣어야 쓸모가 있습니다. 백업은 가끔이라도 꼭 해 두세요. 웁스메모가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바로 당신 대신 기억해 주는 일이거든요. 아, 이건 알림으로 챙겨 드릴 예정입니다.
요즘 휴대폰은 메모 수만 개쯤은 가볍게 감당합니다. 메모처럼 가볍지만 소중한 내 기억 자산은, 이제 내가 직접 모으고 내가 직접 지켜도 충분한 시대입니다.
마지막으로
웁스메모는 제가 매일 쓰려고 만든 앱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도 있고, 앞으로 넣고 싶은 기능도 많습니다(개발 예정 페이지에 솔직하게 다 적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메모를 인질로 잡지 않겠습니다.
웁스(Oops), 하고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 두세요. 나머지는 웁스메모가 챙기겠습니다.
— 웁스메모 개발자, 주우정